"소름 끼쳐"…'더 글로리' 최강 빌런 박연진 아니었다? [이슈+]

입력 2023-04-01 15:01   수정 2023-04-01 16:14



※ 이 기사에는 '더 글로리'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학교 폭력 피해자의 복수를 그린 '더 글로리' 시즌2가 3주 연속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부문 시청 시간 1위를 기록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 가운데 파트2에서는 학폭 가해자 박연진(임지연 분)을 뛰어넘는 '최강 빌런'으로 주목받는 이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문동은(송혜교 분)의 엄마 정미희(박지아 분). 시즌1에서 정미희는 학폭 가해자 측으로부터 돈을 받고 딸 몰래 합의를 한 매정한 엄마로 그려졌다. 시즌2에서의 모습은 더 충격적이었다. 알코올중독자인 그는 교사가 된 딸 앞에 나타나 여전히 '돈타령'을 했고, 마지막 남은 문동은의 자존심까지 팔아넘겼다.


정미희는 그림자처럼 문동은을 따라다녔다. 그 그림자는 지독하게 어두워 급기야 자신을 삼켜버렸다. 고데기 학대를 당했던 딸이 뜨거운 것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집에 불을 질러버리는 기괴하고 잔혹한 존재가 됐다. 시청자들은 "문동은 엄마 정말 무서웠다", "나올 때 음소거했다", "최고의 빌런이자 가장 무서운 존재", "분노 유발자였다", "가장 싫은 캐릭터 1위가 됐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문동은이 오열하며 가장 고통스럽게 마주하는 존재는 다름 아닌 엄마였다. 학폭 트라우마만큼이나 긴 시간 문동은을 괴롭힌 기억은 엄마가 자퇴서에 적은 '부적응' 세 글자였다. 그렇다면 문동은에게는 정말 엄마가 '최강 빌런'이었을까.

김선현 연세대 원주의대 교수(대한트라우마협회 회장)는 "엄마가 폭언은 물론이고 애정 없이 돈으로 딸의 아픔을 사버리기까지 했다. 사실 이런 게 가정폭력"이라면서 "학폭 가해자가 제일 나쁘긴 하지만 그들 못지않게 문동은이 상처받은 대상은 엄마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교사한테도 당한 문동은은 기댈 곳이 없었다. 아이가 학폭을 당했으면 부모와 의논하고 대처 방법을 함께 강구해야 하는데 엄마가 보호자의 역할을 하지 못한 경우다. 아이는 부모의 지지가 없으면 버틸 힘이 없어진다. 문동은의 가해자는 외적으로 학폭이지만, 이면에는 가정폭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더 글로리' 시즌2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가정이 나왔다. 문동은 엄마 외에도 딸의 잘못을 모두 돈으로 해결하려고 드는 박연진 엄마, 마약에 빠진 딸의 치료보다는 숨기기에 급급한 목회자 이사라(김히어라 브) 아버지 등이다. 김 교수는 "가족이 1차 가해자로 설정돼 있다. 부모의 가치관과 양육 태도는 자녀에게 스며들게 된다. 결국 이들은 사춘기 때부터 큰일을 겪게 된다"고 짚었다.

반대로 사랑의 힘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관계도 있었다. 아들이 지닌 트라우마를 정확하게 알고 보듬으려는 주여정(이도현 분) 엄마, 엄마에게 받은 사랑을 토대로 문동은의 아픔도 감쌀 줄 아는 주여정, 가정폭력에서 딸을 필사적으로 구출해내려는 엄마 강현남(염혜란 분) 등이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내면의 고통을 이겨내고 새 삶을 얻는 과정이 그려졌다. 문동은은 늘 옷소매로 가리던 흉터를 문신으로 커버해 당당히 드러냈고, 강현남은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주체적으로 세상에 나왔다.

김 교수는 "사랑은 인간이 가지는 감정 중 가장 중요한 감정"이라면서 "가족은 가장 먼저 만나는 사회다. 거기서부터 상처받기 시작하면 학폭이라는 큰일을 마주했을 때 극복하는 방법을 몰라 가해자들의 힘에 눌리게 된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에는 이들을 지지해 주고, 사랑해 주고, 기다려주는 지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도움말=김선현 연세대 원주의대 교수(대한트라우마협회 회장)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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